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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와 타자가 대면하는 윤리적 관계는 책임의 관계다. 여기서 책임을 "나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 는 식의 일상적인 뜻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책임' 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responsibility' 는 책임이라는 단어에 더 심오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책임은 타자에 '대응하거나 반응하는 것response' 이 '가능ability'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비나스가 집단성을 "타자를 자신과 얼굴을 맞댄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과 나란히 서 있는 자로 인식하는" 것 이라고(중략)
어머니에게 아이는, 혹은 아이에게 어머니는 타자가 된다. 어머니가 아이의 욕망에 자신을 맞추어도 안 된다. 반대로 아이가 어머니의 욕망에 자신을 맞추어도 안된다. 두 경우 모두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타자로 드러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주체가 자신의 욕망을 포기할 수 있다는 말인가? 두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라블라) 어머니나 아이에게 남은 유일한 관계는 책임이란 관계다. 이 관계를 통해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를 타자로 긍정하면서 그에 부단히 반응할 수 있고, 아이도 자신의 어머니를 타자로 긍정하면서 그에 반응할 수 있다. 완전한 일치도 아니고 완벽한 분리도 아닌 관계. 이것이 바로 레비나스가 생각했던 타자와의 진정한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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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시간, 집단의 조화로부터 주체의 책임으로. 레비나스 [시간과 타자], 강신주.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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