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쉬는 날. 오페라 하우스를 보고 왔다. 하버브릿지를 뒤로 하고 물 가까이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가 참 편해서 언제고 가서 있으면 좋겠다. 돌아가기 전에 언젠가는 좋은 피아노 공연을 한 번 봤으면.. 집에 와서는 주인댁 분들께 몇 가지 건의 사항을 말씀 드리고 세금 번호도 만들었다. 세금이니 연금이니 시급이니 하는 걸 생각하면 여기서도 다시 무언가 시작되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매일 매일 여전히 준비만 하고 있는 기분. 사는 동안 대단한 걸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아직 하고 싶은 걸 보면 아직은 젊은건가? 무심코 바닥에 무거운 걸 떨어트려서 쿵 하는 소리가 나고서 다시 한번 이렇게 독립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크고 당연한 행복인지. 윗집이나 아랫집이 없다는 게. 지금 나에게..
오늘은 트라이얼로 일을 했다. 수요일부터는 테스트 기간이고 이 기간에는 상당히 적은 금액을 받는다. 못받고 트라이얼 한 사람도 있다는데 위로를 해야할지. 여기는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정직한 빵집 같은데 사장이 넣어주는 연금을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볼 것. 그리고 풀 타임인지 캐주얼인지 파트 타임인지, 시급은 얼만지 확실히 얘기해야할 것 같다. 어쨌든 일을 한다는 건 나와 우리 가족의 생계가 걸린 일이니 여러 가지에 대해서 제대로 말하고 넘어거야지. 노는 게 사실은 천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려움 없이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는데 일을 시작하자 마자 이 놈의 인정욕구, 일단은 일해보지 않겠냐고 첫 날에 제안 받은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중국인들과 함께 영어를 쓰면서 일하는 상황 자체가 나에게 외딴..
아직은 정식적인 일이 아니라 그런지 두근두근도 안하고 그렇다고 불안하지도 않다. 7개월만에 일이라는 걸 하러 아침 이슬을 맞으며 나가야하는구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 어떻게 영어로 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세상 모든 외국인이 레슬리다 생각하고 천천히 말해보는 수 밖에! 오늘은 키친 헤드를 사러 돌아다니느라 성당에 못갔다. 갔어야 마음이 훨씬 좋았을텐데 T_T 내일의 준비물은 노트, 펜, 주방 모자, 편한 운동화. 점심은 뭘 먹나? 업무 시간은 7시에서 3시까지. 힘들어도 일하고 나와도 한낮이라 밝을테니 마음 가볍게 잘 다녀와야지.
새것 냄새가 나요, 라고 카피 아닌 카피를 썼을 땐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을 바란 거였는데 새집증후군으로 인해 알러지가 찾아왔다. 얼굴에 안맞는 스크럽을 써서 그런지 둘 다인지 모르겠는데 첫 날은 간지럽고 둘째 날은 이마와 양쪽 볼이 빨갛게 부풀고 셋째 날은 하얀 좁쌀 여드름 같은 게 군데군데 올라왔고 넷째 날 오늘은 새 살이 돋는건지 거칠거칠하다. 전체적으로 빨갛고 햇볕에, 스크럽에 새집 페인트 냄새에 새 가구들 때문에 뭔가 잔뜩 예민해진 듯 하다. 세타필로 클렌저를 바꾸고 일체 화장품을 안바르고 있다. 언제쯤 나아지려나 T_T
13년인가 구입했던 아이폰5를 잘 쓰다가 액정 박살, 침수, 터치 먹통, 전원 버튼 고장, 카메라 초첨 안맞음 등 다양한 사건 사고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럭저럭 제 몫을 해주었지만 최근에 한 번 더 액정 박살로 인해서 사진기로 전락하였다. 터치 먹통으로 인해서 갤럭시3를 세컨 폰으로 가지고 왔는데 필리핀에서는 유심이 읽히지 않아서 아이폰과 번갈아가며 썼는데 참으로 불편하였다. 다행히 호주에 와서는 유심이 잘 읽히는 바람에 갤럭시를 쓰고 있는데 그 크기며 내구성이며 참으로 편리하구나 싶어서 최대한 오래 쓰고 싶었지만 LTE 유심을 써도 3G로 잡고 GPS도 영 시원치않아서 내일 모레부터 출근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신랑의 적극적인 권유로 샤오미 홍미노트3를 구매하게 되었다. 내일이 발렌타인 데이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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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한 집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어서! 본의 아니게 신혼 기분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이케아나 대형 마트를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건 통! 색상을 선호하는 경향도 비슷해서 통! 가성비 따지는 것도 통! 하지만 스탠드나 집안 배치에 따른 우리의 취향 차를 더욱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가벼운 가구고 평생 쓸 건 아니니까 신랑 말 들어줄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나는 모던, 빈티지를 선호하고 신랑은 앤틱, 젠을 좋아한다. 이렇게 지내다보니 정말로 이것이야 말로 결혼 생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라고 쓰고 자주 싸운다로 읽는다. 겨우 물건 사는 일에 그치지 않고 사사건건. 그렇다고 언성을 높이면서 격하게 싸우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좀 그러지 말래 이래 줄래 하면서 요청하거나 뭐 그 정도. 책임감도 느..
어제는 뱅크 스테이트먼트가 없어서 차 등록에 실패했다. 오늘은 다시 잘 준비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버우드 동사무소 같은 서비스 센터에 가서 쉽게 등록 완료. 자동차 보험도 완료. 소개를 통해서 스트라로 가서 했는데 한국말로 설명 듣고 조율해서 연간 300달러 수준으로 완료. 세제랑 옷걸이 등등 사소한 생활 용품하고 빨래 바구니도 가져오고, 서울에서도 만나기 힘들었던 L을 센트럴에서 만나서 브런치와 호주식 라떼를 마시며 한낮을 만끽. 저녁엔 집에 돌아와서 렌트 계약서도 작성했다. 집이 하나의 등으로 작동되길래 전기 값도 절약할 겸 사실 직접 조명을 좋아하지 않아서 아이케아에 가서 스탠드하고 식기 건조기도 사왔다. 좋은 주인 집을 만나서 내일은 냉장고도 테이크 오버 해결! 아직도 사야할 것들이 가득하지만 ..
어제 집을 구하고 오늘은 차를 구매했다. 이게 뭘 의미할까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게 책임감이 아닐까. 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과 함께 이게 정말 최선인지, 앞으론 어떻게 이 모든 걸 이고지고 가야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대부분의 친구들이 결혼과 함께 이 느낌을 강하게 느꼈던 거 같다. 무서워하기도 하고 버거워하기도 하고 기꺼워하면서, 하지만 비슷한 삶의 반경 안에서 만족할 것을 찾으며 시간이 지나서 적응했던 거 같다. 그런데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모르면 용감하다고 결혼 자체가 두렵지 않았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싶었고 평생 한 사람과 지속적인 여행을 해보고 싶었던 거 같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단순하게 선택했고 그 결과가 특별히 와신상담할 정도의 고통을 준 적이 없어서 그랬던 거 같다. ..
이런 상태로 게스트 하우스 침대에 앉아 쉐어를 중심으로 3일 내내 찾았다. 첫 날은 여유롭다 둘째 날은 조바심이 들고 인스펙션하고 돌아오는 길엔 조금 더 찾아보자고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삼일 째 아침은 더디오는 트레인을 핑계로 살짝 다투기도 했다. 마음에 들고 가격도 합리적인 집을 찾기가 어려워서 큰 마음 먹고 렌트까지 눈을 돌려서 찾아보다 처음 만난 집이 이었는데 그 집이 우리가 함께 사는, 함께 고생하며 알아본 첫 집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 인스펙션을 하고 디파짓 없이 예약을 걸어둔 쉐어가 있었는데 그 집의 장점은 차이니스 오스트렐리안과 산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너무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친구들과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이거야말로 여기서 밖에 할 수 없는 경험이고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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