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호주 생활에 적응이 어느 정도 됐는지 쉬는 날인데도 아침 9시쯤 일어나게 되었다. 물론 빠른 건 아니지만 우리 방식의 휴식이라 늦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서 침대에 뒹굴뒹굴 하다가 오후 4시쯤에 아점저를 해먹거나 그쯤 준비를 하고 나가서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다 새벽에 잠이 드는 것이 었기 때문에. 9시에 일어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냉장고를 탈탈 털어서 아스파라거스 샐러드와 소불고기를 다져 넣어서 라구같이 만든 토마토 스파게티를 아점으로 먹었다. 바람은 차갑고 햇빛은 따뜻한 오전에 빛을 받으면서 부엌 일을 천천히 하는 건 즐겁다. 설거지도 하고 보리차도 끓였다. 유리병에 담긴 보리차가 너무 예뻐서 오래 바라보았다. 오늘은 아이코닉스에서 산 잠옷을 받자마자 반품하러 우체국에 다녀왔다. 호주의 우체국이라는..
나를 좋아해본지가 오래된 것 같은 기분이다. 자잘한 돈을 쓰는데 실패하고 나면 늘 기분이 좋지 않다. 지나고 나면 그런 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의기소침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가을이 온 걸 성큼 느낄 수 있던 날씨. 하늘이 말할 수 없이 높고 바람이 무척 서늘해졌고 비가 몹시 세차게 내렸다. 알 수 없는 공원은 너무 좋았고 요란한 축제는 볼 것이 적었다. 비가 오고는 말수가 적어졌고 돌아와서 신랑은 짧은 잠을 청했고 나는 만족을 위해 다시 시간을 허비했다. 누군가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마음에 드는 옷 정도는 척척 사입자고 하던데 그것도 멋진 일이다. 나는 돈을 쓰는 데 고민이 많고 대부분의 날은 인색하다. 무엇이 내 인생을 가치 있다고 여기게 해줄까. 한동안은 무언가,..
가을이 왔다. 얇은 기모 후드티를 입고 나갔을 때 몸에 와닿는 바람의 서늘함이 딱 기분 좋은 계절! 언제나 계절이 바뀔 때 즈음 느껴지는 쓸쓸함과 기대감 같은 게 좋다. 6개월 이라는 시간 동안 여름만 살았기 때문에 얼른 니트도 입고 싶고 가디건도 입고 싶어서 그렇게 가을을 기다렸건만 가을겨울 옷이 하나도 없는 우리는 추워지면 곤란하다 T_T 어머님이 어제 한국에서 선편으로 가을 겨울 옷을 보내주셨고 엄마 편으로 난방 텐트하고 온수 매트를 받으려고 한다. 아, 겨울 준비를 한다고 보리차를 끓이고 옥수수를 삶아 먹으면서 둘 다 추위를 많이 타는 우리는 어제부터 급격히 추워져서 난방 용품을 급히 찾아보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서늘한 건 물론이고 자는 내내 코와 목이 쎄한게 수면양말을 신고 자야하는 날씨가 됐..
금요일이다. 일을 시작한 지 꼭 한달이 되었다. 네 번의 목요일을 지나면서 이제 드디어 조금 일에, 피곤함에 적응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만큼 피곤해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도 그랬고 지난 주만 해도 수요일부터는 서서히 방전되서 월화와 목금의 작업 시간 차가 한 시간씩 났었는데 이제 거의 비슷하게 마무리 할 수 있어서. 하지만 어제, 오늘 이틀 연속으로 근무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오늘은 버스에서 둘이 머리를 부딪혀 가면거 자다가 집에 오자마자 십분만 누워있자 하다가 깜빡 잠이 들어서 눈을 겨우 떠보니 깜깜 밤이 되었다. 화장을 지워야한다는 생각으로 물먹은 휴지같은 몸을 이끌고 일어났다. 시장 본 걸 냉장고에 넣는 것도 잊고 있었다. 당근과 시금치, 연어가 비싸서 대신 직접 만들어서 신선해보이는 냉장..
시그널 마지막 화를 보고 있자니 첫 데이트 할 때 입이 바짝 마르고 어색해 죽을 거 같다가도 술 한 잔하면서 입이 귀에 걸리고 무슨 얘기 했는지도 모르게 밤이 지났던 종로가 생각났다. 신랑하고 겨울 밤 서울로 가서 돼지갈비에 소주 한잔하고 싶은 밤이다. 그 날 자물쇠 없이 세워뒀던 자전거도, 잃어버린 아꼈던 목도리도 그 때 우리는 서로에게 아까운 것이 없었구나. 속초에도 갔었고 갑자기 퇴근 길에 부산에도 갔었다. 언제나 가진 게 많지는 않았지만 부족한 것도 없었다. 그런 기억들을 오래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
운동화가 더러워질만큼 운동을 해본 적도 없었고 일을 한 적도 없었다. 신은지 오래되서 더러워지거나 가끔 물이나 진흙에 더러워져도 엄마가 빨아주었다. 심지어 세탁소에서 빨아줄 때도 엄마가 맡겨주거나 찾아다주었고 혼자 살 때도 운동화가 더러워지면 내가 빨기 보다는 엄마에게 들고 갔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엄마가 운동화를 빨아주셨다. 매번 집에 가면 따뜻한 집밥과 깨끗한 이부자리로 맞아주었다. 새삼스럽게 엄마가 나를 어떻게 키워주었고 어떻게 대해주었는지 마음이 먹먹했다. 결혼을 하고 일을 하고 와서 허리가 끊어질 거 같은 때도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운동화를 빤다는 게 어떤건지 이제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막연하게 힘들겠지, 당연히 힘들겠지 했지만 실제로 해보니까 정말로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그 상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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