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일주일만에 쉬는 날이다. 아침엔 텐트 속에서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었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읽고 혼자 먹는 점심은 맛이 없었다. 오늘 저녁은 신랑을 뭘 해주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할머니가 깻잎 장아찌를 주셔서 걱정 덜었다. 핫초코를 한 잔 마시면서 엄마 생일에 못한 전화를 했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미역국을 끓이니까 어느 새 하루가 간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꽃 시장도 가보고 미술관도 다녀와서 일찍 자는 게 목표. 머리도 할까 했는데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보니 선뜻 미용실에 가게 되지 않는다. 결혼을 하고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 그런 것도 하나의 이유인 것 같고 기분 전환이 필요한 일이 크게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신랑과 일이 끝나고 거의 매일 밤 산책을 하면서 우리 정도면..
누구든, 한 사람이 세상에 와육십년을 살아냈다는 것은 어쩧든 장한, 감사한 일입니다.누구는, 제법 다른 세상살이가다르게 있겠지요만 그래도 거기까지 살아냈다는 것은누구도, 함부로 어지럽힐 수 없는엄숙한 뜻이 베어있어하느님도 그윽히 내려 보십니다.어떤 수저로끼니를 이어도 그것들 모두결국은 한 끼니, 한 끼니.고리진 끼니들의 사슬에서잘난 고리, 못난 고리는 없는 것.이어지는 고리로 완성되는 사슬.다만 거기에서 평화가 있을 뿐, 입니다. 라고 믿습니다어떤 시인의 젊은 아내는 먼저 죽어접시꽃으로 만든 날개를 받았는데어떤 시인의 늙은 아내는 살아가난한 한 끼를 즐겨 받습니다. - 아내의 회갑날 먹는 짬뽕 오늘은 엄마의 생일, 정확히는 육십번 째 생일이다. 내가 삼십이 넘고 결혼을 하고 나서 첫 해가 엄마, 아빠가 ..
하..봄비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이유를 알 수 없이 사라진 나의 글 T_T 분명히 임시 저장했건만 아마도 국내 정발행된 폰이 아니라 세심하게 업데이트 및 관리 받지 못하고 있는걸까. 시간관념과 자유에 대해서 생각했고 적어보고 있었는데 날아갔으니 간단하게 정리해야지. 오늘이 사월이구나. 이 곳의 사월은 어떨까? 한국에서는 사월과 십일월을 가장 좋아했다. 날씨가 좋아지고 햇살이 쉼 없이 내리쬐고 옷 차림이 가벼워진다. 그리고 꽃이 핀다. 그러면 마음이 왈칵한다. 삼월은 언제나 정신이 없다. 봄이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은 건 고3 때였다. 교실 밖으로 보이는 운동장 너머 푸른 산이 짙은 초록을 벗고 여리여리한 연두색이 되고 운동장의 모래 조차 새하얗게 빛났다. 고3 사월에는 첫 모의고사가 있어서 ..
물욕이 없지는 않지만 그다지 많은 편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지나고 보면 언제나 쓸데없이 많은 걸 끌어안고 살고 있다는 생각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물건을 사곤 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신랑이 패드를 산다길래 나도 책 열심히 읽고 공부할지도 모르니까 하고 덥썩 샀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겨울이 온 줄 알고 한국에서 부랴부랴 온수매트랑 난방텐트도 샀다. 옷의 가짓수가 없어서 외출복을 잠옷으로도 입었더니 빨래를 너무 자주해야하는데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나 들어오니까 볕이 좋을 때 빨래를 말릴 수가 없어서 곤란했다. 그래서 나 잠옷이요 하는 겨울 잠옷도 샀다. 바다에 가서 물놀이 하는 사람도 많지만 누워서 책 읽고 쉬는 사람도 많아서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짐이 ..
목, 토, 월 3일 내내 11시간 반씩 일을 했다. 죽을 거 같지는 않고 적지 않게 힘들지만 견딜만 한 걸 보면 역시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인 거 같다. 밥도 못먹고 일하고 7시가 넘어서 아침에 나갈 때 빛 처럼 어두워진 하늘 아래로 걸어오는데 천명관의 소설집이 생각났다. 육체노동자의 삶을 어떻게 써놨을지가 문득 궁금했다. 그리고 왜 칠면조와 달렸을까? 역시 책은 자기가 필요한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 책 읽으려고 패드도 샀는데 중국에서 여기로 날아와야하는데 왜 네덜란드로 가있는걸까. + 짐 부칠 때 양말이니 레깅스니 머리끈이니 한국에서는 저렴한 것들을 몇 가지 샀다. 겨울에도 바다에 가서 책이라도 읽을 거라 쨍한 색 비치타올도 샀고 겨울에 입을 잠옷도 샀다. 계속 해서 뭔가를 사고 있는데 얼른 내가 입던..
하느님의 말씀은 모두 순수하고, 그분께서는 당신께 피신하는 이들에게 방패가 되신다. - 잠언 30,5 예수님이 부활하셨다. 한국에서는 우리 집에서도 엄마에게서만 부활을 느낄 수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미사를 참례하고 전례를 곱씹는 건 엄마 뿐이었으므로. 그렇다고 아빠와 내가 망나니냐 하면 그렇지 않다. 회사에 다닐 뿐이었다. 여기는 나라 전체가 부활절 자체가 휴일이다. 성금요일 부터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가장 기쁜 일주일 중에 하루인 오늘까지. 늘 이렇게 쉬는지 아니면 주중 편의에 따라 금토일월로 쉬는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집 앞 성당은 언제나 열려있었다. 우리는 금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쉴 수 있었는데 금요일에는 성당에 주말만큼 사람이 가득했다. 어제는 부활이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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