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지루함은 삶의 일부입니다. 그걸 견디는 법을 배우십시오. -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커트 보니것. 문학동네 + 뭐든 것이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일을 하러 출근하고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핸드폰을 하다 잠이 들고 가끔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걸 제외하고는 그렇다. 인생의 지루함에 너무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의식적으로 감정에 치우치는 것을 제어하다보니 밑도 끝도 없이 무언가를 골몰히 생각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사라진 나는 사람이 참 맹해진 것 같다. 조금 더 주의 깊게, 조금 더 예전의 나는 어땠는지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고 행동해야지. 8개월 동안 일한 회사를 그만둔 토요일 밤이다. 무척 고민하다 아이폰을 샀고, 당분간은..
여기에 머물 것인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늘 어려운 문제다. 인생은 정말 선택의 연속이다. 며칠 전에 인터뷰 기사인지 누군가의 포스트에서 본 한 줄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잘못된 선택은 없다. 지금 내가 한 선택이 어떤 인생을 만드는 건 아니다. 인생이란 성실한 하루하루의 축적으로 만들어지는 아주 커다란 그림 같은 거니까, 그걸 알면서도 조금 더 확실한 것 분명한 것 안정적인 것 같은 걸 기대한다. 생각해보면 그 안전과 분명함이 과연 평생 득이 되는 일인걸까? 그렇지도 않을거다. 더 즐거운 일, 더 신나는 일, 더 가치있는 일을 하면서 그 기억이 삶에 대한 애착이 되고 더 살고 싶어지는 매일. 그런 선택을 해야한다.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기 이전에 망설이는 가장 크고 거의 유일한 이유는..
가만히 누워서 잠이 안오는 밤엔 가끔 생각해본다. 아파트가 몇 개 없는 작은 단지의 높은 층 그 집이나 버스 정류장이 가깝고 옛날 아파트 같았던 그 집이나 조금 걷긴 해야하지만 놀이터를 지나 나무 덩쿨을 지나 가던 집, 버스를 한참 타고 또 동네를 한참 돌아서 도착했던 아직 정돈되지 않은 지역의 높은 집, 세 개의 복도가 있는 집. 거실이 넓고 한쪽 베란다 가득 나무가 넘실거리던 집, 무척 높은데서 학고 운동장하고 저 멀리 새로운 집들이 지어지는 모습이 보이던 집, 아주 잘 꾸며져 있는데 무척이나 비좁던 집들. 처음 보러 갔던 그 집은 간난아기의 짐이 많았지만 환했고 바람이 시원하게 잘 불었다. 아주 가까이에 탄천이 있었는데 도시가스가 안들어와서 망설였던 기억이 있다. 더운 계절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해..
엄마를 못본 지가 일년 하고도 삼개월이나 되었다. 너무 보고싶네 엄마가. 이제는 엄마가 보고싶다고 울거나 불안해지는 나이는 지났나보다.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진 않는데 엄마 냄새도 맡고 싶고 엄마 손도 잡고 싶다. 다행인건 이렇게 멀리, 오래 떨어져 있는데도 엄마 걱정이 덜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다 처음 떨어져 지낼 땐 너무 마음이 안좋았고 두번 째 떨어져 지낼 땐 처음보다 덜했고 세번 째 떨어져 지낼 땐 공부 하느라 바빴고 처음으로 엄마랑 심하게 싸우기도 했었다. 네번 째 떨어져 지낼 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엄마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주말이면 기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가끔 일이 많아 못가는 주말이 너무 싫었다. 그렇게 서로가 없어도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천천히 배워나..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 중에 하나는 은행에 가고 동사무소에 가야하는 종류의 일들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직원들은 언제나 친절하고 은행에 가기만 하면 모든 일은 두번, 세번 가야할 일이 생길지 언정 다 해결되니까 사실은 별 일 아니다. 내가 나임을 증명해야하는 일을 앞에두면 괜히 신경이 곤두선다. 너무나 많은 설명이 필요한 것도 귀찮고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하는 것도 귀찮고 그걸 매번 기억해야하는 것도 괴롭다. 이 다음에 거길 갔을 때, 그 전의 일들을 복기해야만 하는 게 성가시다. 예를 들면, 지난 10년 간의 출입기록을 날짜까지 쓰라는데 이런 게 정말 싫다. 싫어하는 가장 이유는 이런 일을 귀찮다고 생각해버리는 탓에 이런 일들에 유독 기억력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 일인데도 어쩌면 이렇게까지 뭐가 기억이..
하늘이 파란데 하얀 달이 떴다. 아직 밖이 이렇게나 환한데 달을 볼 수 있다니. 이거 평범한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네. 문득 재작년 생각이 났다. 아직 새해가 된 지 며칠이 안지나서 새해나 작년에 대해서는 할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2015년은 너무나 길었고 너무나 슬프고 힘든 일이 많았다. 이제야 겨우 그 일들을 조금 되짚어볼 힘이 생겼다. 그 모든 기억을 환하게 감싸줄 만큼 행복한 일도 많았다. 그 계절을 기억하면 말을 못하겠는데 자꾸 전화를 해서 힘들게 했던 사람에게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들어가봐야 한다고 말하며 내려다 봐야했던 색이 없던 그 날의 탄천과 그와 반대로 무척이나 화사했던 봄 꽃들. 말 없이 오랜동안 몸을 씻었던 텅 빈 목욕탕, 하룻밤 병실에서 곤히 잠든 할머니와 엄마와 복도의 불빛을 바라보..
아, 새해부터 나는 책을 읽고 싶었고 공부를 하려고 했다. 여기도 한국 사람이 사니까 쪽집게 과외도 있다지만 잘 모르는 사람과 좁은 공간에 있는 것도 내키지 않고, 일 끝나고 집으로 바로 올 수 없는 것도 싫었다. 게다가 한 달이지만 해보니 혼자서 공부하는 게 그럭저럭 성향에 맞는 것 같아서 과외할 돈을 쪼개서 전화 영어를 하면서 동영상 강의를 듣고 싶었다. 2일 부터 시도했는데 카드를 세 개나 바꿔가면서 오늘까지 시도 중인데 정말 엑티브엑스는 사라졌지만 망할 카드사 마다 왜 쓰는 프로그램이 다 다른걸까. 별 것도 아닌 것 때문에 새해 부터 열패감을 느꼈다. 나는 중요한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남을 조심하기 위해서 나를 의심하는 사람, 불의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너무나 돌아가는 사람, 그래서 내..
오늘은 화장품을 샀다. 생각해보면 필리핀에서 여기 넘어 오자마자 한 번 사고 아주 오랜만에 필수품을 구입하는 사치였다. 그리고는 떡국 재료를 사러 다녀왔다. 다녀와서는 다 함께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맥주도 한잔, 와인도 한잔, 샴페인도 한잔 나눠먹었다. 고기를 구워먹고 집에 더운 공기가 가득해서 동네 산책을 하면서 멀리서 언뜻 불꽃이 터지는 걸 보았다. 아마도 내년에도 여기에 있을 것 같아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편안히 집에 있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영어 공부도 하고 여러 가지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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