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이히만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바로 이것이 아렌트가 직면한 문제였다. 스스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아이히만에게 그녀는 '순전한 무사유sheer thoughtlessness'의 책임을 부과한다. 아이히만은 자신에게 부여되었던 상부의 명령이 유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유대인의 입장에서 자신이 수행할 임무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성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렌트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서 '사유'란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권리'가 아니라 반드시 수행해야만 할 '의무'라고 강조한다. 베버가 지적했던 것처럼 현대 사회는 분업화와 전문화의 과정을 통해 구조화된 사회이다. 분업화와 전문화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대해 무관심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조직에 속해..
1. 햄버거 하지만 "햄버거를 먹고 싶은데 1달러만 주지 않겠습니까?" 하고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이미지를 제시하니 그것만으로도 남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2. 로마 시에 감사해야 해 기민하고 똑똑해 보인다. 뚜렷한 목적과 명료한 시야를 갖고 인생을 독립적으로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든다.(블라)그리고 오토 밖에 운전하지 않은 사람보다 확실히 인생이 한 눈금 더 즐거워진다. 정말로. 3. 파티는 괴로워 모두에게 좋은 얼굴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인생의 대원칙이다. 4. 체형에 대해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여러 체형의, 여러 생김생김의, 여러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적당히 섞여 적당히 느슨하게 사는 세계가 정신건강 상 가장 바람직한 것이구나 싶..
"이젠 싫어. 밤이 되는 게 싫어. 엄마 아빠가 싸우는 소릴 듣는 게 싫어." 검둥이는 가만히 누마다의 얼굴을 보고, 당혹스러운 듯 꼬리를 살포시 흔들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산다는 게 다 그렇습니다.) 검둥이는 그 때, 대답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누마다는 당시의 일을 떠올리고, 검둥이가 분명히 소년인 그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아빤 엄마랑 따로따로 살자고 말씀하셨어. 난 어떡하지?" (어쩔 수 없습니다.) "아빠랑 살면 엄마한테 미안하고, 엄마랑 살면 아빠한테 미안한 느낌이 드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산다는 게 다 그렇습니다.) 검둥이는 그 무렵의 그에게는 슬픔의 이해자이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단 하나의 살아 있는 존재이며, 그의 동반자이기도 했다. - 깊은 강, 엔도 슈사쿠.
하지만 그건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두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덴고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 우선은 내 발로 찾아보자. 나 스스로 뭘 할 수 있을지, 조금 더 지혜를 짜보는 게 좋을 것 같다. - 그 일이 그립게 떠올랐다. 그런 관계가 언제까지고 이어지리라고는 물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토록 갑작스레 끝나리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 후카에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잠시 뭔가 생각하고 있었가. 그러고는 얼굴을 들고 사려 깊게 말했다. "그 사람, 바로 가까이에 있을지도." - "지금까지와는 다르다는 건 나도 충분히 짐작이 돼. 하지만 우리는 지금부터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는 게 좋아. 조금이라도 현실적이 되자구.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해." - ",(중략) 그건 내게는 소중한 풍경 중 하나야. 항상 내게 ..
「하와이라……」 아버지가 내 앞에서 처음으로 '하와이'란 말을꺼낸 것은 내가 열네 살 때 설날이었다. - GO, 카네시로카즈키. 2008년 1학기라고 생각된다. 현대소설의 연구? 이해? 이런 수업을 들으면서 한 학기 내내 이 소설 하나만을 읽었다. 정말로 질릴 정도로 읽었는데도 실수 했고 선생님은 쌍욕이 나올 정도로 과제를 내주고 질문했다. 그렇게까지 치달았지만 소설, 이라는 것을 내버릴 수 없었다. 질리기는 커녕 질릴 정도로 읽었는데 역시 좋아한다, 고 깨달았다. (내 인생을 둘러싼 세 사람의 남자처럼) 고생을 하더라도 많이 틀리고 실수하더라도 이거라면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첫 문장을 떠 올릴 수 있었다. 첫 문장을 떠올리니까 그동안 고생하며 읽었던 구석구석의 내용이 스쳐..
, 강요하는 느낌 없이 자양분과 상상력이 풍부한 연주라는 건 수없이 듣는 사이에 덴고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몹시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야 했다. 유능한 가이드도 필요했다. 그저 막연히 듣기만 해서는 놓쳐버린다. - "뭔가 중요한 것을 창조하자면, 혹은 뭔가 중요한 것을 발견하자면 시간도 걸리는 것이고 돈도 들게 마련이지요. 물론 시간과 돈을 들인다고 반드시 훌륭한 게 나온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돈이든 시간이든 둘 다 많아서 방해가 되는 일은 없어요. 특히 시간의 총량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시계는 지금도 재깍재깍 시간을 새기고 있어요. 시간은 자꾸자꾸 흘러갑니다. 기회는 사라져갑니다. 그리고 돈이 있으면 그걸로 시간을 살 수 있어요. 사려고 마음먹으면 자유까지도 살..
하지만 그건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두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덴고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 우선은 내 발로 찾아보자. 나 스스로 뭘 할 수 있을지, 조금 더 지혜를 짜보는 게 좋을 것 같다. - 그 일이 그립게 떠올랐다. 그런 관계가 언제까지고 이어지리라고는 물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토록 갑작스레 끝나리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 후카에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잠시 뭔가 생각하고 있었가. 그러고는 얼굴을 들고 사려 깊게 말했다. "그 사람, 바로 가까이에 있을지도." - "지금까지와는 다르다는 건 나도 충분히 짐작이 돼. 하지만 우리는 지금부터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는 게 좋아. 조금이라도 현실적이 되자구.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해." - ",(중략) 그건 내게는 소중한 풍경 중 하나야. 항상 내게 ..
"너, 요즘 들어서 만날 때마다 알아보기 어렵다." 내가 말했다. "그런 시기야." 그녀가 스트로로 주스를 빨아들이면서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하듯 말했다. "어떤 시기인데?" 내가 질문을 던졌다. "때늦은 사춘기라고 해야 되나.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면 내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어. 자칫하면 내가 나 자신에게 따돌림을 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어쨌든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는 좋은 거 아냐?" "그럼 나 자신을 잃어버린 나는 대체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거야?" "2,3일 정도라면 내 아파트에 머물러도 좋아. 너 자신을 잃은 너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니까." 스미레가 웃었다. "농담은 그만둬." 그녀가 말했다. "나는 대체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모르지. 어쨌든 너는 담배를 끊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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