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한 사람이 세상에 와육십년을 살아냈다는 것은 어쩧든 장한, 감사한 일입니다.누구는, 제법 다른 세상살이가다르게 있겠지요만 그래도 거기까지 살아냈다는 것은누구도, 함부로 어지럽힐 수 없는엄숙한 뜻이 베어있어하느님도 그윽히 내려 보십니다.어떤 수저로끼니를 이어도 그것들 모두결국은 한 끼니, 한 끼니.고리진 끼니들의 사슬에서잘난 고리, 못난 고리는 없는 것.이어지는 고리로 완성되는 사슬.다만 거기에서 평화가 있을 뿐, 입니다. 라고 믿습니다어떤 시인의 젊은 아내는 먼저 죽어접시꽃으로 만든 날개를 받았는데어떤 시인의 늙은 아내는 살아가난한 한 끼를 즐겨 받습니다. - 아내의 회갑날 먹는 짬뽕 오늘은 엄마의 생일, 정확히는 육십번 째 생일이다. 내가 삼십이 넘고 결혼을 하고 나서 첫 해가 엄마, 아빠가 ..
matabungkay 마따붕까이로 읽기가 싫은 건..붕이라는 글씨가 주는 촌스러움 같은 거. 아침 8시에 렌트카를 타고 출발했다. 늦게 오는 기사분도 많다던데 30분 가까이 일찍 오셨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았으므로 시간을 지켜서 출발. 렌트카 자체는 편안하지만 첫번째 업체는 전날 돌연 연락을 받지 않아서 다른 렌트카를 알아봐야했다. 두번째 렌트카는 시작은 좋았으나 기사님이 오늘 운전 처음하시는 분인 것 같았다. 길도 모르시고 네비게이션도 없고 운전 센스도 없으시고 영어도 못하셨다. 3시간이면 도착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4시간, 돌아올 때도 잠깐 잠든 사이에 정 반대 방향으로 가서 1시간이나 지연되었다. 그래도 안전운전 해주셨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T_T * 필리핀 렌터카 시에는 네비게이션이 있는지! 영어는 ..
오늘은 11월의 첫 날. 새로운 달이 오고 간다는 실감은 전혀 없었지만 집에 돌아와 일기를 쓰려고 보니 새로운 달이다. 버스를 타고 명동을 지나는데 어느 새 백화점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다. 2016년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보게 될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11월의 실업급여는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여름 나라에 갈거라 가을, 겨울이 없는 올해를 보낼 거 같아서 서운했는데 일정도 밀리고 날씨도 빠르게 추워졌다. 덕분에 여름이 그립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해 더욱 긍정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춥기도 춥고 우리 동생도 보고 싶어서 오늘은 신랑과 친정에 다녀왔다. 엄마랑 동생이 산책 중에 데리러 나와주어서 편하게 갔고 아빠는 작업실에 가서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 넷이 동네에 맛있는 족발을 먹었다. 입..
http://web.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570646&path=201505 묵주는 나에게 움직이는 성당이다. 언제 어디를 가든 몸에 묵주를 지니고 있으면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도 묵주를 손안에 쥐면 두려움도 외로움도 없다. 세상사 여러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고립되어 있을 때도 묵주와 함께라면 진실을 지켜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 몸에 묵주, 내 마음에 묵주. 그러니 묵주는 나에게 거룩한 십자고상의 살아 있음이다. 아슬아슬한 세상사를 굳건하게 견디며 묵묵히 살아갈 수 있음도 나에게는 묵주의 힘이다. 모든 것이 차단된 곳에 갇힌 적이 있었다. 오직 진실 하나에 의지하고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을 때다. 규정에 ..
팍팍하고 아슬한 세상 그래서 사무치게 외로운 날온천같은 사람과 단 둘이 허리띠 풀고 앉아긴칼 휘드르며 적진을 휘젓고 맘껏 승리의 축배에 취해모처럼 긴잠 흠뻑 자고 일어난 휴일남쪽 창으로 드러난 그 사람의 훈김과 함께 누워십자고상을 올려 본다 좋으다 -그리운 날, 김춘성. +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 엄마에 대한 글. 누군가를 오래도록 보고 오래도록 생각하고 오래도록 판단하고 오래도록 오해하는 것. 그것이 사랑일까. 아빠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다.
클레어 식의 사고방식이 나쁘고 필의 사고방식이 더 좋은 건 아니지만 둘이 다르고 그런 둘이 아이들을 키우기 떄문에 균형감을 가지고 지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은 필과 같은 유형이셨다. 클레어 같은 방식으로, 아이가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키우는 부모도 많을 것이다. 나 스스로도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부모인지 잘 모르겠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나 자신이 아이를 키울 때는 달라질까? 조금 더 이해하고 그 사람이 행복하길 응원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해보면 나는 꽤 많이 참는 사람이다. 그래서 언젠가 기도할 때,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종류의 불행이나 마음을 너무나 참지 않는 아이가 되길 바랐다. 호진이는 참을 성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줄 아..
서두르지 않고 눈처럼 하얗게 빛나는 길을 푸른색 작업복을 입은 사내가 천천히 뒷짐을 지고 걷고 있습니다. 짧은 그림자로 봐서 때는 한낮입니다. 앞서 가는 여인을 뒤따르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눈에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마음이 보입니다. 그림의 왼쪽은 푸른색으로 남았고 키 작은 들꽃이 피어 있는 길은 오른쪽 끝에서 잘려 버렸지만 사내가 걷는 길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나이 들면 서두르지 않고 늘 저렇게 앞에 가는 사람을 지키듯이 걸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때는 나이 먹는 것이 자랑스러워 생일이 되면 여기저기 소문을 냈습니다. 그런데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인지 이제는 생일을 맞아도 덤덤합니다. 더 이상 뛰지 않기로 하면서부터 저의..
삼촌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이든 주식이든 사연이 많은 건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라고.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하기야 사연으로 따지면 나처럼 사연 많은 아이도 없을 거다. "야가 너무 순진타 아이가. 니 나이 때는 춤도 추고 깔나게 놀기도 하고 연애도 쪼매 하고 그러는 기 재미 아이가. 너무 순진해도 몬쓴다." 사실 나는 순진한 아이들은 싫다. 최소한 껌이라도 씹고 다리라도 떨어야 상대하고 싶다. 나는 모르는 척 홍야홍야 그냥 잠이 들었다. 언니가 순순히 나와 준다고 하니 울컥 고마움이 일었다. 이런 사소함에 너덜너덜한 감정이 생긴다는 것도 좀 웃긴다. 역시 가족이라는 건, 한 밥상에서 밥을 먹을 때와 위기 상황일 때 서로를 돌아볼 수밖에 없나 보다. 나를 이 꼴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했겠지...
언젠가 엄마의 화장대에서 필요한 걸 찾다가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아버지의 하루하루가 오랫동안 일지로 기록돼 있었다. 내 얘기도 많았다. 걱정투성이였다. 걱정을 하면서도 딸을 이해해보려는 앞뒤의 문장들이 있었다. 딸을 아주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여겨주는 마음도 많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의 하루하루는 적막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청소기를 돌릴 만한 작은 힘만으로 할 수 있는 노동이 어디 또 없을까 매일매일 간절히 원하고 찾으셨다. 일기장을 읽던 자세 그대로 나는 한참이나 눈물을 쏟았다.아버지가 염색을 포기하고 백발이 되신 다음부터, 아버지의 일기장을 훔쳐본 그 다음부터, 내게도 변화가 생겼다. 되도록 집에 많이 있는 것. 함께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는 것. 귀갓길에는 구멍가게에 들러 아버지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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